교통

2호선은 행선지를 잘못 안내하고 있다?

7019 2025. 9. 11. 00:34

서울교통공사와 지하철 앱들은 2호선 행선지를 잘못 안내하고 있다?

 

이 글은 서울 지하철 2호선에 관한 지식의 거의 없는 독자분들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2호선을 잘 아시는 분들은 ④번 목차부터 보셔도 됩니다. 

 


① 2호선 지하철의 운행 방식

 

순환선이 아닌 다른 노선들은 행선지가 명확하다. 

 

예를 들어, 서울 4호선은 사당행, 오이도행, 진접행, 불암산행 등등의 행선지가 있다. 

따라서 시간표에서 행선지만 보면 어떤 역에서 열차가 멈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4호선 서울역 평일 시간표의 일부이다. 모든 열차에 역 이름으로 행선지가 적혀 있다. 

 

2호선에서는 역 이름의 행선지 대신, '내선순환'과 '외선순환'이 가장 흔하게 보이는 행선지이다. 

내선순환은 안쪽 선로에서 빙글빙글 도는 열차, 외선순환은 바깥쪽 선로에서 빙글빙글 도는 열차다. 

 

 

2호선은 우측통행이므로 내선순환은 시계 방향 순환이고 외선순환은 반시계 방향 순환이다. 

 

근데 지하철이 24시간 무한히 계속 돌고 있을 수는 없다. 2호선은 운행을 다 끝내면 어디로 갈까? 첫차 운행은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지하철도 늦은 밤에는 차고지에서 쉬어야 한다. 지하철의 차고지는 차량기지라고 한다. 

2호선에는 성수역과 신도림역 두 역에 차량기지와 연결된 선로가 있다. 

노선도 : 서울교통공사 사이버스테이션 (http://www.seoulmetro.co.kr/kr/cyberStation.do)

 

따라서 2호선의 실제 선로 구조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까치산과 신설동으로 가는 지선 선로가 차량기지로 들어가는 선로 역할도 겸하고 있다. 

 

두 곳의 차량기지에서 아침에는 차량이 우르르 나와서 순환을 시작하고, 밤에는 다시 우르르 들어간다. 

 

따라서 특정 시간대에 2호선을 이용하다보면 계속 빙빙 도는 내선순환, 외선순환이 아닌 성수행이나 신도림행을 볼 수가 있다. 성수역과 신도림역에서 운행을 마치고 차량기지로 쉬러가는 열차인 것이다. 

한 바퀴를 돌아야 순환인데, 중간에 열차가 멈추기 때문에 성수행, 신도림행으로 따로 표시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직접 작성한 2호선 강남역 정확한 시간표의 일부이다.

 

시간표에 있는 성수행이나 신도림행은 전부 성수역, 신도림역에서 운행을 마치고 차량기지로 들어간다. 

순환이라 적힌 열차는 타고나서 무조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다시 강남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행선지에 외선순환 내선순환 성수 신도림만 있는게 아니라, 삼성 서울대입구 홍대입구 등등... 그냥 아무 역 이름이 있다. 

이건 대체 뭘까. 거기도 차량기지가 있나?

 

AI 생성 이미지

 

아침해 뜨는 새벽에 첫차가 운행을 시작할 때를 생각해보자. 성수역과 신도림역에서 열차들이 차례차례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성수역, 신도림역과 (방향이 맞는)가까운 역들은 첫차가 빨리 오고, 먼 역들은 첫차가 늦게 오게 된다. 

극단적인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뚝섬역에 사는 사람과 건대입구역에 사는 사람이 아침일찍 외선(반시계) 방향으로 가고 싶어한다. 

화살표는 첫차가 운행을 시작하는 방향이다. 

 

첫차 운행은 5시 30분에 시작하기 때문에, 뚝섬역에 사는 사람은 5시 31분이면 성수역에서 5시 30분에 출발한 열차를 탈 수 있다. 

하지만 건대입구역에 사는 사람은 신도림역에서 5시 30분에 출발한 열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 6시 18분에서야 열차를 탈 수 있다. 

 

첫차 뿐만 아니라 막차때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수역, 신도림역이 아닌 4개의 중간 역들에서도 밤에 열차가 대기하도록 하여 

아침 5시 30분 땡 하면 총 6개 역에서 첫차가 동시에 출발하도록 한 것이다. 

첫차 출발 역

 

그 용도로 쓰이는 역이 을지로입구역, 홍대입구역, 서울대입구역, 삼성역이다.   

따라서 2호선은 오전 5시 30분에 총 6개 역에서 열차가 동시에 출발한다. 

 

 

이제 2호선 이상한 행선지 열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막차 시간대에 6개의 역에서 열차를 멈추게 하고, 첫차때까지 대기하도록 하는 것이다. 각 역마다 양방향으로 1대씩, 총 2대가 대기하게 된다. 시간표의 빨간 글씨가 그 목적의 열차들이다. 

 

빨간 글씨가 방향별 5개씩밖에 없는데, 성수역에서는 밤에 열차가 대기하지 않고 전부 차량기지로 들어가서 그렇다. 이유는 모르겠다. 실외라 그런가?

 

이제 2호선 열차운행이 어떻게 시작하고 끝나는지는 파악했다. 


② 2호선 열차의 번호

지하철을 운행하기 위해 아주 많은 것들이 체계화되어 있을 것이다. 

 

수많은 열차들을 구분하기 위해서도 번호를 매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제 1번 열차는 05시 13분에 서울역을 출발하는 부산행 KTX 열차다. 

부산행 KTX는 시간순으로 003, 005, 007, ... 규칙대로 번호가 붙어 있다. 

레츠코레일 (https://www.korail.com/ticket/search/list)

 

이 번호는 각 열차에 붙어있는 하루 단위의 개념적인 번호이다.

 

KTX 001에는 매일 같은 (물리적)차량이 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 차량은 매일 바뀐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각 05:13에 출발하는 서울발 부산행 열차를 001이라 부른다. 

승객을 태우고 운전하는 하나의 운행코스, 또는 하나의 시간표에 부여된 번호라고 봐도 된다. (편하게 '코스'라 부르겠다.)

 

이 숫자를 열번이라고 한다. 열차번호의 줄임말이다. 

 

2502

 

2호선의 모든 열차에도 열번이 부여되어 있다.

역마다 설치되어 있는 안내기를 보면, 조그마한 열차 그래픽에 써있는 숫자가 바로 열번이다. 

 

2호선은 순환선이라서 열차가 한 번 나오면 쉬지 않고 10바퀴 이상을 돌기도 한다.

그런데.. 그 10바퀴에 한꺼번에 열번을 부여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예를 들어, 10바퀴 도는 어떤 코스의 열번을 2150로 부여하게 되면 같은 역에 2150번 열차가 하루에 10번이나 오게 된다.  

이런 건 시스템 계획하는 분들에게 별로 좋지 못하다. 

만약 지금 오는 열차의 열번이 2150이면
        → 이 열차는 오늘의 마지막 열차라고 안내방송 재생하기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그게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2호선은 무조건 성수역을 지날 때마다 열번을 바꾼다.

동그라미를 성수역에서 자르고 일자로 펴서 노선을 직선 개념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나누면 열차가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열번이 바뀌므로 같은 역에 같은 열번 열차가 여러번 오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로 하루종일 쉬지 않고 12바퀴를 도는 아주 긴 코스가 있는데, 열번이 총 13개로 나뉘어져 있다.

열차시간표도 13개가 생긴다. 

이 열번들은 전부 같은 (물리적)열차가 운행한다. 

 

지도앱에서 2호선 열차 시간표를 보면 거의 다 성수발/성수행으로 뜨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열번 하나당 하나의 시간표가 있는데, 열번간의 이어짐은 고려하지 않고 열차시각 데이터를 받아와서 '성수발 성수행'을 그대로 올려놓은 것이다. 

 

네이버지도 (https://map.naver.com/), 카카오맵 (https://map.kakao.com/)

 

(둘 간의 차이는 순환하는 열차를 '성수>외선순환'으로 안내하냐, '성수>성수'로 안내하냐 차이인데, 사실 네이버 지도는 잘못되었다. 카카오맵은 보기 불편해도 잘못된 시간표는 아니다. 이유는 ④에 나온다.)


③ 2호선 열차의 행선지

순환하는 열차와 종착하는 열차가 섞여 다니는 2호선의 행선지 표시 규칙에 대해 알아보자. 

 

1. 현재 역부터 한바퀴를 돌 수 있다면 (내선/외선)순환으로 표시한다. 

2. 현재 역부터 한바퀴를 돌기 전 멈춘다면 종착역행으로 표시한다. 

 

이게 끝이다! 예시를 보면서 더 쉽게 이해해보자. 

 

열차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움직인다. 특정 운행코스를 성수역 기준으로 잘라 선으로 표시하였다. 

2101 열차는 성수역을 지나 2163으로 열번을 바꾸고, 2163 열차는 외선을 한 바퀴 돌고 성수역에서 종착한다. 

2101 열차가 현재 강남역에 있다. 

이 열차는 성수역을 지나 2163으로 바뀌어 다시 강남역을 지날 것이기 때문에 외선순환으로 표시한다. 

 

2101 열차가 성수역에 도착했다. 열번은 2163으로 바뀌지만 한바퀴 돌아 성수역으로 올 수 있는 열차이기 때문에 외선순환으로 표시한다. 

 

2163 열차가 성수역을 출발했다. 2163은 한바퀴 돌아 성수역에서 종착하고 차량기지로 가는 열차이다. 따라서 성수역을 출발하자마자 행선표시를 성수행으로 바꾸고 운행한다. 성수 다음역인 뚝섬역부터는 더 이상 이 열차를 타고 한바퀴를 돌 수 없기 때문이다. 

 

2163 열차가 강남역에 도착했다. 역시 강남역 기준으로 한바퀴를 돌지 않고 성수역에서 곧 종착하므로 성수행으로 표시한다. 

 

 

 

다른 예시를 보자. 

 

앞에서 2호선에는 을지로입구행, 홍대입구행, 삼성행, 서울대입구행 등의 막차 행선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선을 순환하다가 막차로 삼성역에서 종착하는 예시이다. 

 

성수역에 도착한 열차가 2502로 열번을 바꾸고 운행한다. 한바퀴 돌아 성수역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내선순환으로 표시한다. 

 

2502 열차가 삼성역에 도착했다. 삼성역에서는 아직 한바퀴를 돌 수 있기 때문에 내선순환으로 표시한다. 

 

2502 열차는 삼성역을 출발하자마자 행선표시를 삼성행으로 바꾼다. 이제부터는 열차를 타고 한바퀴를 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삼성행을 표시한 채로 성수역을 지나 열번을 2520으로 바꾸고 삼성역에 종착할 때까지 운행한다. 

 

 

정리하면, 2호선은 행선지와 운행단위(열번)가 따로 논다는 것이다. 


④ 잘못된 행선지 안내

이제 뭐가 잘못된 안내인지 구분할 수 있는 지식이 생겼다.

직접 작성한 강남역 시간표와 네이버 지도의 강남역 시간표를 다시 보자. 

(좌) 직접 작성 (우) 네이버 지도

오른쪽은 네이버 지도에 나오는 시간표를 그대로 옮겨왔다. 

대충 봐도 확 달라보인다. 23시, 24시대의 외선 방면 행선지가 네이버 지도에서는 거의 다 외선순환으로 뜬다. 

 

왜 그럴까? 

 

하나만 찝어 외선 23시 00분 신도림행의 코스를 확인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2485열차로 순환하다가, 성수역을 지나 2511열차로 바뀐다. 2511열차는 신도림역에서 종착한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제공하는 열차 시각표에는 

열차번호 2485 2511
출발역 성수 성수
도착역 성수 신도림
... ... ...
연결열번 2511 입고

이렇게 적혀있다. 

연결열번은 쉬지 않고 이어서 다음 열번으로 운행한다는 뜻이다. 

 

네이버 지도에서는 아마도 시각표상 도착역이 성수로 적혀있는 열차의 연결열번이 있다면 어느 역에서건 순환으로 적어놓은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글 내용에 따르면 2485 열차가 신도림역을 지났을 때 이미 행선지를 신도림행으로 바꿨을 것이다. 따라서 강남역에서는 신도림행으로 안내되는 것이 맞다.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속을법한 예시도 있다. 

네이버 지도 (https://map.naver.com/)

 

왕십리역 시간표에 00시 38분이 내선순환 막차라고 써 있다. 

내선순환이니까 타면 아마도 강남역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강남역 3역 전인 삼성역에서 1시에 열차가 멈춘다. 

 

 

 

2호선 행선지는 열차의 현재역과 종착역의 위치로 판단해야 하는데, 잘못된 정보에서는 행선지를 각 열번의 시간표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지도를 비롯한 몇몇 사이트나 앱들은 2호선 시간표를 잘못 안내하고 있다. 

위에서 카카오맵은 보기 불편하지만 잘못되진 않았다고 한 이유는, 카카오맵은 마음대로 '순환' 명칭을 붙이지 않고 전부 (성수→성수)와 같이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2호선에서는 역 승강장에 설치되어 있는 열차도착안내기를 교체했다. 

 

깔끔하고 선명한 디자인이 되었다. 

이 사진은 직접 찍은 것인데, 들어오고 있는 열차는 00시 05분에 신림역에서 외선 방향으로 가는 을지로입구행이다. 

 

서울교통공사 Official도 행선지를 잘못 안내하고 있다. 아마 안내기를 교체하고 이렇게 된 것 같다. 

https://youtu.be/7qFqVKs16D0?si=7HCFuuYMAx6qgrzA

 

(썸네일 참고) 이전 안내기에서는 삼성역에서 외선 방면으로 신도림행이 표시되는 것을 보니 지금과 같은 문제는 없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탑승해서 확인한 을지로입구행 열차는 성수역 직전인 건대입구역에서도 외선순환이라고 안내되고 있었다.

(을지로입구역까지 딱 17분밖에 더 안가면서 외선순환이라 써 있는 것이다.)

안내기를 잘 보면 외선순환이라 되어 있다

 

성수역을 지나야만 을지로입구행이라고 제대로 뜬다. 

역 안내기도 네이버 지도의 잘못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알고리즘이 바뀐 것 같다. 

 

 

다만 차량 안에서는 기존과 같이 행선지가 정상적으로 표시된다. 

탑승했던 신림역에서부터 이미 을지로입구행이라 나오고 있었다. 

 

 

 

비공식 여러 앱들은 몰라도, 역마다 달린 공식 안내기에서는 확실히 고쳐야 할 문제다. 

 

 

 

 

 

 


고쳐야 할 문제는 맞지만..

 

사실 모든 역에서 올바른 행선을 표시하는 것도 완벽히 좋지는 않아 보인다.

 

만약 시청역에서, "충정로역 방면으로 가는 을지로입구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라고 안내한다면

둘 다 인접역이기 때문에 대충 흘려들었을 때 충정로역으로 가는지 을지로입구역으로 가는지 헷갈릴 만하다.

 

을지로입구역 기준 몇 역을 지나서부터 을지로입구행으로 안내한다던지, 절반을 넘어서부터 을지로입구행이라 안내한다던지 등 절충이 있다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정보안내에 있어서 헷갈리지 않도록 편의를 봐주는 것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면 모든 역에서 올바른 행선지를 표시하는 것이 맞다.